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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죽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notes9268 2025. 3. 25. 21:04

죽지 않는 인간, 사회는 어디로 향하는가?

죽음을 이겨낸 인간은 과연 자유로워졌을까?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서며 인간이 더는 죽지 않는 시대에 도달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 이 글은 그 가능성의 끝자락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기쁨보다는 서늘한 공기로 가득한 미래, 그곳의 풍경을 따라가 본다.

1. 자원이 먼저 죽는다

죽지 않는 인류는 곧 '멈추지 않는 인구 증가'를 의미한다. 아이는 태어나고, 아무도 죽지 않는다. 도시들은 하늘로만 확장될 수밖에 없고, 사람들은 밀집된 공간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며 더는 자연을 보지 못한다. 인공지능이 운영하는 수직 농장, 인공 호흡 시스템, 태양을 가린 고층 건물들. 자원은 유한하다. 죽음은 사라졌지만, 숨 쉴 공간도 사라졌다.

2. 영원히 일하는 인간들

노동은 더 이상 경력의 끝을 가지지 않는다. 수백 년의 경험을 가진 이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젊은 세대는 자리를 얻지 못한다. 일의 가치는 희석되고, 창의성보다 복사된 효율만 남는다. 누군가는 300년째 같은 일을 반복하며, 더 이상 ‘은퇴’라는 개념은 사라진다. 노동이 삶의 전부가 될 때, 인간은 언제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3. 사랑은 오래될수록 무거워진다

불멸의 사랑은 정말 존재할 수 있을까? 사랑은 순간을 함께하는 감정이었지만, 시간이 무한해진 순간부터 그 감정은 의무로 변한다. 누군가는 500년을 함께 살아온 상대를 바라보며 낯섦을 느낀다. 추억은 쌓이지만, 감정은 증발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유한하기에 아름다웠던 건 아닐까? 영원한 사랑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4. 권력은 죽지 않는다

정치는 더 이상 순환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400년을 통치한다면, 민주주의는 기능할 수 없다. 권력자는 스스로를 불멸로 만들고, 권력을 세습이 아닌 연명으로 유지한다. 감시는 일상이 되고, 반대는 침묵으로 바뀐다. 고대의 독재자가 최신 기술과 영원한 생명을 손에 쥐었을 때, 우리는 어디까지 억압될 수 있는가? 인간이 아닌 체제가 영원해진다.

5. 삶은 목적을 잃는다

삶은 언젠가 끝나기에 의미를 가진다. 죽음이 사라진 세계에서 시간은 지루해지고, 목표는 흐려진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성공? 사랑? 경험? 모두 수백 년 안에 반복되고 소모된다. 기억은 희미해지고, 자아는 해체된다. 결국 인간은 영원 속에서 고독해지고, 존재 자체의 의미가 사라진다. 죽지 않는다는 것, 그것은 생명을 가지되 삶을 잃는 것이다.

당신이 죽지 않는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불멸은 환상이 아니다. 기술은 그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인간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죽지 않는 시대의 인간은 더 나은 존재가 될까, 아니면 더 외로운 존재가 될까? 생명의 영원성 앞에서, 우리는 진짜 인간다움을 되묻게 된다.